토지보상 후 토지 인도 거절, 처벌? – 대법원 ‘정당행위’ 인정한 판례 분석

이주대책 없이 토지 인도 거절, 과연 처벌받아야 할까?

공익사업으로 수용되는 토지에 살고 있던 주민이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토지를 인도하지 않았다면, 이는 처벌 대상일까요? 2022도493 판례는 이러한 물음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며 대법원이 피고인의 손을 들어준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수십 년간 살아온 터전, 떠날 수 없다는 한 사람의 외침

이 사건의 피고인은 수십 년간 사과나무를 키우며 농업에 종사하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의 집과 농지는 공익사업 대상이 되어 수용재결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토지보상금을 지급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주대책이 수립되지 않았고, 기존 보상금만으로는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거나 농사를 계속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결국 그는 수용 개시일이 지나도록 주택을 인도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토지보상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쟁점 ①: 토지 인도 거절이 왜 위법인가?

  • 관련 법조문: 토지보상법 제43조 – 수용 또는 사용의 개시일까지 토지나 물건을 인도하거나 이전할 의무
  • 처벌 조항: 토지보상법 제95조의2 제2호 –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

이 조항에 따르면, 수용 대상 토지에 거주하는 사람은 수용 개시일까지 반드시 토지나 물건을 인도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쟁점 ②: 하지만 위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단순히 법 조문 위반 여부만이 아니라, 피고인의 거절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20조란?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대법원의 판단: 왜 정당행위로 본 걸까?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주택 인도는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주거와 직장을 포함한 생활 터전 전부를 상실하는 문제였다.
  • 피고인은 이주대책 대상자로 지정되었으나, 분양받을 토지의 실제 모습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보상금만으로는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어려웠고, 종전 생활을 유지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 피고인의 인도 거절로 인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정황도 없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보고,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이 판례의 의미와 우리가 주의할 점

1. 무조건 인도하지 않으면 처벌? 꼭 그렇지는 않다

토지를 수용당하는 입장에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형사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다만 이 판단은 엄격한 기준 하에 이뤄집니다.

2. 생활 기반이 붕괴될 정도라면 사정 참작 가능

이주대책의 부재, 기존 삶의 지속 불가능성 등 생활기반 상실이 명백할 경우 형법상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3. 사업에 실질적 지장을 줬는지 여부도 중요

정당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거절행위가 공익사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입증돼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세요.
  •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보상금의 현실성, 대체 주거지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필요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형사처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세요.

핵심 포인트 정리

  1. 토지보상법 위반 시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형법 제20조에 따라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2. 이주대책의 부재, 생활기반 상실 여부, 사업 지장 유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3. 법원의 정당행위 판단은 매우 엄격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자료와 논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4.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단순한 불복이 아니라 사회통념상 이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