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7 에서 D10 비자 변경 불허에 대한 판례

외국인의 체류자격 변경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허가가 단순히 요건 충족 여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요소나 개인의 적격성 등도 고려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법원의 판결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체류자격 변경을 거부당한 사건이 법리적으로 다시 조명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체류자격 변경 허가를 둘러싼 재량권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판례로 평가됩니다.

원고 외국인의 상황

원고는 특정활동(E-7)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며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던 외국인입니다.
근로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사용자와 합의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이후 구직(D-10) 체류자격으로 변경을 신청하였습니다.

원고는 2022. 9.경 위 ‘C’ 중식당이 폐업하자 위 식당에서 퇴직하였고, 2022. 11.9 구직(D-10)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아 계속 국내에 체류하던 중 2023. 5. 3.경 ‘F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근무처’라 한다)에 취업함에 따라 다시 특정활동(E-7)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2023. 9. 19. 이 사건 근무처의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하고 퇴직하였다면서 2023. 9. 27. 다시 피고에게 구직(D-10)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신청하였습니다.

    피고(법무부장관)의 처분

    법무부장관은 위의 근로관계 종료 사유가 ‘휴·폐업 등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구직(D-10)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거부하였습니다.

    원고의 주장

    원고는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로 인해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법무부의 처분이 비례·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1) 원고는 이 사건 근무처에서 동료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여 계속 근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종료하기로 합의한 것이지, 임의로 근무처를 변경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원고에게 구직(D-10)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처분사유는 위법하다.

    법적 쟁점

    체류자격 변경허가의 재량권

    체류자격 변경허가는 단순한 요건 충족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공익적 요소 및 신청인의 적격성을 판단할 재량이 허가권자에게 부여됩니다.
    그러나 허가권자의 재량권 행사 시 사실오인, 비례·평등 원칙 위반 등으로 인해 그 재량이 일탈·남용되었다면 처분은 위법하게 됩니다.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 변경허가는 신청인에게 당초의 체류자격과 다른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므로, 허가권자는 신청인이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하더라도 신청인의 적격성, 체류 목적, 공익상의 영향 등을 참작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할 때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경우 또는 비례ㆍ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48846 판결 등 참조).

    ‘정당한 사유’의 범위

    법무부는 휴·폐업과 같이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만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합의에 의한 종료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해석이 외국인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법원은 피고의 처분이 비례·평등 원칙을 위반하여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았습니다.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로 인해 근로관계 종료가 이루어진 경우, 이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휴ㆍ폐업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하기위해서는, 사업장의 휴ㆍ폐업과 같이 당해 외국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사용자가 당해 외국인과의 근로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아 근로관계를 종료하게 되는 등과 같이 당해 외국인이 그 사업장에서 계속
    근로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사용자와 합의로 근로계약을 종료한 원고에 대하여는 ‘휴ㆍ폐업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고 보아 구직(D-10) 체류자격으로 변경을 불허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비례ㆍ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으로서 위법하다.

    직장 선택의 자유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직장 선택의 자유는 외국인에게도 제한적으로 보장됩니다.
    법원은 근로관계 종료가 사용자와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유가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기인하지 않은 경우 구직(D-10) 체류자격 변경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정활동(E-7) 체류자격 부여의 기초가 된 근로관계를 사용자와의 합의로 종료하는 경우 그 이후 취업을 위한 구직(D-10)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없다고 보게 되면, 외국인으로 하여금 종전에 형성한 근로관계의 유지를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 되어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해당 외국인이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중단하기로 합의 하였더라도, 이는 외국인과 사용자의 상호 합의로 결정하였던 근로기간을, 그 이후의새로운 합의에 따라 단축한 것에 불과하므로, 기존의 합의로 형성된 근로기간에 상응하는 체류기간 동안 예정된 근로관계가 유지되지 못함으로써 체류관리행정에 추가적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외국인의 직장 선택의 자유권 제한을 정당화하는 사유에이를 정도의 부정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이 판결은 외국인의 체류자격 변경에 있어 허가권자의 재량권이 무제한적인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특히, 체류자격 변경과 관련된 허가 기준에서 외국인의 권리를 보다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실생활에서의 시사점

    외국인 근로자는 근로계약 종료 후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하려면 종료 사유를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사용자와의 합의에 의한 종료의 경우, 종료 배경에 부당한 대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증빙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편 고용주의 경우에는 외국인 근로자와의 근로계약 종료 시, 근로계약 내용과 종료 이유를 명확히 기록하여 향후 법적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